Thursday 27 January 2011

아기와 함께 찾아온 불편한 심정

아기 아빠가 된다는 것이 항상 기쁘고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다.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신기함과 기쁨은 어디론가 벌써 사라지고 아기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불만족과 아쉬움들이 자꾸 고개를 든다.

유진이와 둘이 혹은 나 혼자 자유롭게 누렸던 것들이 이제는 그저 과거가 되어버렸다.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며 많은 얘기를 나누던 것도, 수업 끝나고 학교에서 만나서 같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멋진 뮤지컬을 보며 같이 즐거워 하는 것도, 한적한 까페에서 둘이 여유를 즐기는 것도, 기차 타고 근교 도시로 당일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이제는 그저 추억일 뿐이다. 봄방학에 자동차를 타고 스코틀랜드 숲을 여행하는 것도, 여름방학에 모든 유럽 도시를 샅샅이 뒤지며 우리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모두 머리 속에서만 떠도는 계획이 되어버렸다.

서른 다섯의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유예하고 이 곳 런던까지 왔는데, 앞으로 나와 유진이의 생활은 여기 몇 평 짜리 작은 집안에 아기와 갖혀 지내는 것이 전부일까. 앞으로 모든 일상이 이렇다면 여기 와있는 이유가 뭔지 혼란스럽다. 날개를 펼치고 마음껏 날다가 갑자기 새장 속에 갖힌 기분이다.

아기가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자꾸 아기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직 아빠가 되기에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보다. 다른 아빠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 걸까. 아기와 같이 지내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들은 이제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유학생활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나중에 후회는 없을까.

그리고, 이런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질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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